재개발사업 일조·조망권 침해소송 해법 ‘손익상계’ 주목
도심 재개발·재건축에 따른 아파트 초고층화로 일조·조망권 침해 소송이 빈발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대응법으로 ‘손익상계법’이 주목받고 있다. 손해와 이익을 함께 고려해 배상액을 결정하는 방법이다.
일조·조망 피해 주민들이 소송을 제기하면, 피해 부분에만 집중해 배상액 감액에만 매달리는 게 아니라 반대로 인접지역에 새로 발생한 주거환경적 효용도 따져 이를 손해배상액에서 상쇄시키는 것이다. 법원에서도 손익상계 원칙을 인정하고 있어 효과적인 소송대응법으로 부상하고 있다.
▲법원 “손해와 이익 서로 상계 가능”
=법원에서는 손익상계 방식을 일조·조망 분쟁의 판단 법리로 인정하고 있다. 아파트 초고층화로 인해 주거환경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피해가 발생했다면 다른 한쪽에서는 이익도 발생할 수 있다는 여지를 열어 놓은 것이다.
대법원 판례는 “불법행위가 피해자에게 손해와 이익을 동시에 가져다 준 경우, 공평의 관념상 그 이익은 당사자의 주장을 기다리지 않고 손해를 산정할 때 공제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손익상계법이 재개발·재건축조합의 일조·조망 피해액 과다 배상을 막는 보호막으로 작동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그간 손익상계법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소송이 제기되면 수십억~수백억에 달하는 배상청구액에 놀라 피해 부분을 줄여 배상액에 낮추는 데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아파트 고층화…일조·조망·사생활침해 저감 가능 주장해야
=아파트 신축으로 인해 인접지역에 주거환경적 효용이 발생하는 이유는 아파트 초고층화 때문이다. 아파트 초고층화로 인해 차폐면적이 줄어들어 일조 및 조망이 개선되는 경우인데, 특히 재건축사업에서 자주 나타난다.
현행 재건축 방식은 기존의 낮고 옆으로 퍼져 있는 판상형 아파트를, 초고층화를 통해 아파트 주동을 얇게 만들어 상층부로 올리는 형태다. 병풍 역할을 하던 판상형 아파트가 길쭉한 초고층 아파트로 변화하니 통경 공간이 넓어지면서 인접지역에 일조·조망 개선 효과가 나타난다.
예컨대, 한강변 15층 아파트 10개동을 35층 아파트 5개동으로 재건축한다고 치자. 그간 15층 10개동이 병풍처럼 인접지 일조 및 조망을 막아왔는데, 재건축을 통해 35층으로 초고층화되고 아파트 주동이 5개동으로 줄어들면 인접지 일부 세대의 일조·조망이 되레 나아지게 된다.
조망에는 천공조망(天空眺望) 즉,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조망권도 인정돼 종전에 볼 수 없었던 하늘을 볼 수 있게 될 경우 주거환경적 이익이 증가하는 것에 해당한다.
사생활침해 가능성의 감소도 개선된 주거환경 이익으로 주장할 수 있는 내용이다. 아파트 신축으로 동간 거리가 늘어나 인접지 주요 생활공간 창문과의 거리가 멀어지며 인접지역의 사생활침해 정도가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 주동이 인접지에서 멀어져 심리적 압박감을 줄어드는 효과도 주장할 수 있다.
아울러, 일조 부문에서는 일조 침해가 여름철 냉방비 절감 효과와 연결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여름 무더위에 신축 아파트 건물 그림자로 인접지에 낮시간 동안 그늘이 만들어질 경우, 냉방비 절감 효과 가능성을 주장해 배상액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적 분석 통해 데이터로 법정에서 사용할 증빙자료 만들어야
=이 때문에 소송에서 새로 발생하는 주거환경적 이익을 주장하는 것은 재개발·재건축조합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과제다. 새로 발생한 피해를 주장하는 원고 측에서는 이 같은 주거환경적 이익은 주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 한강변 A아파트 재건축 일조권 소송에서는 아파트 신축으로 인해 인접지에 새로 한강조망권이 확보된다는 효용 증가 부분을 뒤늦게 깨닫고 대처에 나섰지만, 배상액을 감액받지 못했다. 피고 조합이 효용 증가분을 상계하는 방법을 뒤늦게 인지, 법원 변론 종결 기한이 임박한 상황에서 정식 감정서가 아닌 ‘상계해 달라’는 취지의 서면제출만 진행해 아쉽게도 공제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관건은 주거환경적 효용 증가 이익을 데이터로 정리한 증빙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고층의 신축 아파트로 인해 발생한 정확한 이익분을 정확히 산출해야 법원에서 증거로 인정해 판결에 참조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3D 아파트 모델을 통한 일조, 조망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계절별 채광량 △미세한 조망 차이 △사생활 침해 가능성 등을 데이터로 수치화 해야 한다.
조용성 인텔리전트솔루션즈 대표는 “공정한 일조·조망 침해 배상액을 산정하고 피고 조합의 과다한 책임을 막기 위해서는, 신축 아파트로 발생하는 명확한 주거환경 효용의 증가분을 손익상계 원칙에 따라 적극 차감해야 한다”며 “현행 육안조사나 단순 기준에 의존한 평가보다 정교하게 작성된 첨단 시스템을 평가에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