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조합설립인가 신청 후 국·공유지 ‘미동의’는 허용 불가”
수원지법, 조합설립 불인가 취소 소송
가로주택 준비위 조합설립 동의 과정서
국공유지 동의 요청에 행정청 묵묵부답
조합설립인가 신청 이후에야 동의 검토
결국 미동의 의견으로 인가신청 반려해
법원 “행정청, 정비사업 협조 의무 있어
인가 신청 후 미동의 의사는 허용 안 돼”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한 이후 행정청이 국·공유지에 대해 미동의 의사를 표시하더라도 효력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정비사업을 지원해야 할 행정청이 특별한 사유도 없이 조합설립인가 신청 후 미동의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는 취지다.
수원지방법원 제4행정부(재판장 임수연)는 지난해 11월 A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이 광명시장을 상대로 낸 ‘조합설립인가 신청 불인가 처분 취소 청구의 소’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판결문에 따르면 A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 준비위원회는 지난해 8월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했다. 준비위는 전체 토지등소유자 380명 중 302명이 동의해 약 82%의 동의율을 확보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시는 10월 준비위에게 법령에서 정한 조합설립동의율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반려했다. 이에 준비위는 이의신청을 했지만,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시는 준비위가 제출한 조합설립인가 신청서류에는 국·공유지 3개 필지(903.7㎡)에 대한 조합설립 동의 증빙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공유지 조합설립 동의의사 확인을 위해 관리부서에 의견조회한 결과 ‘미동의’ 의견이 제출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토지등소유자 등의 조합설립 동의면적에서 제외되어 법적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조합설립 불인가를 통지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공유지를 동의에 포함한 경우 동의율은 전체 토지등소유자의 81.84%, 토지면적의 70.38% 등으로 법적 조합설립동의 요건(전체 80% 및 토지면적 2/3 이상)을 충족하게 된다.
반면 국·공유지가 미동의로 처리하면 전체 토지등소유자의 동의 요건(80.2%)은 충족하지만, 토지면적은 65%로 미달된다. 또 그 외의 토지 또는 건축물의 동의 비율도 41%로 법적 동의율인 1/2 이상을 충족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준비위는 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국·공유지의 소유자인 대한민국과 광명시가 조합설립에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법령상 동의요건을 모두 갖춰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조합설립인가 신청 반려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국·공유지의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명시적으로 반대의 의사를 표시하거나 반대했다고 볼 수 있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원고 조합은 조합설립 동의를 받기 위해 광명시에게 조합설립에 동의하는지 여부를 조회했지만, 일부 토지에 대해 명시적으로 미동의 의사를 표시했던 것과 달리 나머지 토지에 대해서는 미동의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며 “이후에도 시와 국토교통부에 조합설립에 동의하는지 여부를 조회했지만, 미동의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는 2024년 11월 이의절차에서 비로소 미동의 의사를 표시한 것이고, 그전까지는 동의 여부에 대해 아무런 의사를 표시한 바 없다”며 “정비사업을 지원하고, 사업의 추진에 협조할 의무를 지고 있는 시가 장기간 동의 여부에 대해 아무런 의사를 표시하지 않다가 조합설립인가 신청 이후 미동의 의사표시를 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재판부는 “정비사업의 신속한 추진을 위해 개정된 도시정비법 시행령에는 국·공유지의 재산관리청은 동의 요청을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동의 여부를 표시하지 않으면 동의한 것으로 본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것으로 개정됐다”며 “피고가 2024년 10월 A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에게 한 조합설립인가 신청 반려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한편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소규모주택정비사업의 일종으로 일반 재건축·재개발과 달리 소규모주택정비법을 적용 받는다. 다만 사업추진 절차 등에 대해서는 도시정비법을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국·공유지 동의에도 정비사업 관련 대법원 판례가 인용됐다.